너무 잘 생겨서 흉터를 만들었는데도 너무 잘생김..
수양대군은 무척 센 캐릭터이지만 오히려 교양 있고 품위있는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이정재를 캐스팅한 한재림 감독. 하지만 이정재가 너무 멀끔하게 잘생긴 탓에 얼굴에 흉터가 있는 설정을 제안했다고 한다.
감독의 제안에 기꺼이 동의한 이정재. 덕분에 ‘역사상 가장 섹시한 수양대군’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되었는데, 이정재 본인은 섹시함보다는 멋있게 보이고 싶었다고 한다.
연기 베테랑도 곤란하게 한 감독의 디렉션
앞서 가짜 수양대군을 보고 역모를 꾸밀 배짱이 없는 소인배라고 판단을 내렸던 김내경은 뒤늦게 ‘이리상’의 진짜 수양대군을 만나 그의 카리스마에 압도되어 사시나무 떨게 된다.
두 배우가 대면하는 장면은 따로 찍었는데, 도대체 허공에 대고 어떻게 연기를 해야 하냐던 송강호에게 감독은 “가슴을 송곳으로 막 찔리는 고통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명회를 연기한 김의성은 배우로서 이런 말을 들으면 ‘대체 어쩌라는 거야?’라는 마음이 들어 열받는다고 감독의 까다로운 요구를 비난했다. 하지만 송강호는 그 말도 안 되는 요구 사항을 기꺼이 명연기로 소화해 냈다.
출연료 5000만원 삭감으로 완성한 역대 최고의 명장면
수양대군을 연기한 이정재는 1시간여 만에 비로소 작품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카리스마 넘치는 그의 첫 등장에 극장 안에선 남녀를 불문한 관객들의 탄식이 쏟아져 나왔으며, 해당 장면은 대한민국 영화사에 길이 남을 등장신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정재의 비주얼과 의상뿐만 아니라 이병우 음악감독의 비장한 배경음악이 수양대군의 카리스마를 더욱 배가시키는데, 이정재는 해당신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출연료 5천만 원을 양보했다.
다름 아니라 이병우를 섭외하기 위해서는 제작비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평소 이병우의 팬이었던 이정재는 자신의 출연료를 삭감하는 대신 보너스를 조금 더 올리는 것으로 계약했는데, 작품이 너무나도 잘 된 터에 개인적으로는 이익이 컸다며 뿌듯해 하기도 했다.
얼굴에 점 찍는데 진짜 잠들어버린 이정재
수양대군은 극 중 내경의 꾀임으로 자는 도중에 얼굴에 점이 박히는 굴욕을 당한다. 영화 속에서 굉장히 중요하고 긴장감 넘치는 장면 중 하나인데, 더미를 사용한 게 아니라 실제로 이정재가 특수분장을 하고 촬영한 것이라고.
무엇보다 잠자는 연기가 무척 리얼한데, 이는 연기가 아니라 이정재가 이미 35시간 연이어 촬영하는 덕분에 누워서 촬영하는 동안 정말 비몽사몽 잠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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