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2024년을 시작한 ‘성난 사람들’의 이성진 감독
골든 글로브 3관왕, 크리틱스 초이스 4관왕. 에미상 11개 부문(미니시리즈·TV영화) 노미네이트에 이어 8관왕이라는 그야말로 눈부신 기록을 달성한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
한국계 이성진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고, 한국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으로 마트 주차장에서 벌어진 사소한 운전 시비로 엮인 주인공 대니(스티븐 연)와 에이미(앨리 웡)의 갈등이 극단적인 싸움으로 치닫는 과정을 담은 블랙 코미디 작품.
주연을 맡은 스티븐 연과 앨리 웡 역시 명연기로 주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맞이했지만, 작품상과 감독상, 작가상까지 3개 부문을 수상한 이성진 감독이야말로 최고의 2024년을 맞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후 9개월 때 미국으로 이주한 이성진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와 초등학교 3~5학년을 한국에서 보내고 다시 미국에서 일생을 보냈는데, 미국인들이 자신의 이름 ‘이성진’을 잘 발음하지 못하자 ‘소니 리(Sonny Lee)’라는 이름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2019년부터 다시 한국 이름인 이성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유는 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박찬욱과 봉준호 감독 덕분. 혹시나 두 감독이 그에게 한국 이름을 쓸 것을 권유한 것이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미국인들이 봉준호,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부를 때는 조금이라도 더 발음을 정확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기생충’(2019년)으로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의 활약을 계기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자신감을 갖게 된 그는 더 이성 ‘소니 리’가 아닌 이성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물론 그가 이름을 바꾸고 나서 잘된 것은 아닐 터. 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겪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성난 사람들’이 평단과 대중의 사랑을 두루 받았으니 기쁜 일이 아닐 수가 없겠다.
제가 좋은 작품을 만들면 미국인들이
제 한국 이름을 듣고 웃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어떤 이들은 그들이 한국인이 아니라 그저 ‘미국인’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하며, 서구권에서는 그저 같은 ‘아시아인’이라고 퉁쳐 버리는 이들도 많다. 혼란 속에서 자신의 뿌리를 잃지 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은 훌륭한 예술 작품으로 탄생했다.
‘성난 사람들’을 보고 “자신의 개인적인 고통을 투영하고 경험을 공유해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고 수상 소감을 밝힌 이성진 감독. 넷플릭스가 원하면 시즌 2 역시 제작 가능하다고 밝혀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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