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회장 아들이자 만악의 근원이었지만, 찌질한 진상 캐릭터로 이 후 주인공 일행에게 도움을 주게 되는 오태영 상무 역을 맡았던 배우 백현진. 사실 그의 정체를 아는 사람들은 “여기서 형이 왜 나와?” 같은 심정으로 속으로 웃고 있었다는데요.
백현진은 ‘씽씽’, ‘이날치’를 주도한 장영규와 97년 실험적인 인디밴드 ‘어어부밴드’를 만들었고, 2014년에는 한국 최고의 영화 음악 감독인 방준석과 함께 ‘방백’으로 활동하기도 한 음악가입니다.
또한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수상 후보에도 오른 유명 미술가이기도 한데요. 홍대 미대를 중퇴한 그는 회화와 설치 미술 분야의 작업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종합예술인이라 불러도 될 만큼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그가 영화에 출연한 것도 꽤 오래 되었는데요, 이런 저런 작품에 특별출연, 우정출연을 하다 본격적인 역할을 맡게 된건 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방향’에서 였습니다.
이후로도 여러 영화에 자주 모습을 비추던 그. 하지만 대중적으로 얼굴을 알리게 된 건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을 통해서였는데요. 찌질한 재벌2세 낙하산에 갑질을 일삼는 안하무인, 진상 아저씨, 소위 개저씨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했습니다.
다음 해 공개된 시리즈 ‘모범택시’에서는 웹하드 카르텔의 ‘양진호’를 모델로 한 괴팍하고 기이한 악행을 일삼는 캐릭터 박양진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는데요.
이어지는 ‘악마판사’에서는 조연 배우, 음모론 유튜버 출신의 허수아비 대통령 ‘허중세’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는가 하면, ‘해피니스’에서는 정체불명의 좀비사태에도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불륜남 ‘오주형’을 연기했습니다.
가요계 최고의 화제인 ‘뉴진스’의 주요 곡들을 작곡한 프로듀서 250의 ‘뽕’ 앨범 타이틀곡 ‘Bang Bus’ 뮤직비디오에도 출연, 팬티 한장만 입고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치는 열연을 선보이기도 했는데요.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작품들이 어째 다 진상 아저씨 역할이라 ‘진상 아저씨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마저 따라다닐 정도인 백현진. 하지만 평범한 아저씨 역할도 자주 하는 배우입니다.
작년에는 무려 ‘경관의 피’, ‘브로커’, ‘서울대작전’, ‘고속도로 가족’ 등 네 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사채업자, 경찰, 전두환 등을 연기하는가 하면, 라미란과 함께 고속도로 노숙 가족을 만나 티격태격 하지만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따뜻한 연기도 선보였습니다.
올해는 ‘고속도로 가족’에서 호흡을 맞췄던 라미란과 함께 ‘나쁜엄마’에 출연하는가 하면, 강풀 웹툰 원작의 ‘무빙’, 일본 소설 원작 ‘종말의 바보’ 등에 출연을 예정하고 있는데요. 그 어느 배우보다 다작을 하는 것 같은 백현진입니다.
사실 홍상수, 박찬욱, 김지운 등 많은 영화 감독과 여러 음악인들이 그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데요. “예술가들이 좋아하는 예술가”라는 수식이 언제나 따라다니는 그를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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