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말에 논란이 많았던 ‘용두사망’ 드라마들

시청률 고공행진을 하며 잘 나가다가
갑자가 삼천포로 빠져 욕먹은 시리즈 모음

아마 용두사미라는 사자성어는 한번쯤 다 들어보셨을텐데요. 용의 머리로 웅장하게 시작했으나 뱀꼬리로 끝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입니다. 요즘은 신조어로 ‘용두사망’이라는 말 까지 만들어졌는데요. 용의 머리로 시작했다가 사망했다는 뜻으로 잘 나가던 시리즈가 갑자기 급하게 마무리하며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전 세계적인 히트 시리즈 ‘왕좌의 게임’의 마지막 시즌이 팬들을 대 실망시키며 마무리 된 일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는데요. 올해는 한국 시리즈 작품에서도 유독 ‘용두사망’의 케이스가 많이 보였던 한해였습니다. 과연 황당한 결말로 욕을 먹은 작품들엔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파리의 연인

‘애기야 가자’를 비롯 여러 히트 대사를 남기며 흥행했던 ‘파리의 연인’. 요즘 같아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최고 시청률 57%에 평균 시청률 41%를 넘긴 정말 어마어마한 히트작인데요.

출생의 비밀의 비밀을 비롯, 평범한 여주가 재벌남을 만나는 신데렐라 스토리, 내 여자에게만 따뜻한 차가운 도시남자 남주 등 뻔한 단골 소재를 모아다 잘 버무려 끌고 나가며 최고의 호평을 받았습니다. 특히 박신양과 김정은의 물오른 연기는 모두를 빠져들게 만들었는데요.

하지만 결말에서 갑자기 앞의 모든 일이 다 김정은이 집필한 소설 속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전개로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이후 김정은과 박신양이 처음 만나며 열린 결말로 끝나긴 했지만 시청자들은 ‘그럼 내가 지금 본 것은 다 뭐냐’는 분노만 가득하게 만들었죠.

사실 원래 결말은 박신양이 동생에게 쫓겨나 파리에서 밑바닥 생활을 하다 김정은과 운명적인 재회를 통해 부자는 아니지만 결혼에 이른다는 신데렐라 스토리를 비튼 이야기였는데, 결말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슬쩍 흘리고 반응이 안좋자 ‘사실은 소설이었습니다’라는 결말로 가게 된 것.

결국 희대의 용두사미 엔딩으로 전설에 남은 드라마가 되었습니다.

쩐의 전쟁

사채업자 때문에 가정이 파탄나고 채무자가 된 박신양이 돈을 통해 세상에 복수하는 드라마 쩐의 전쟁. 사채업자들의 비정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박신양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나들어 이들에게 복수를 하는 통쾌한 모습에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거기다 대부업체 광고를 거절한 에피소드가 밝혀지며 드라마 외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은 ‘쩐의 전쟁’. 다만 시청률이 오르면서 이야기가 점점 늘어지더니 뜬금없이 바비킴이 부른 엔딩곡이 나오는 등의 전개로 점점 욕을 적립하기 시작하더니

초반 계획과 다르게 인기를 얻은 이원종 캐릭터의 뒷치기로 박신양이 뜬금포 사망하는 것으로 드라마를 마무리지어 그야말로 용두’사망’의 대표작으로 남아있습니다.

더구나 열악한 제작 환경으로 연장 제작 설득에 실패해 일부 배우가 하차하고 외전 형식으로 캐릭터들을 새로 짜서 다른 세계관으로 4회 연장 방송을 했는데요. 박신양의 출연료를 인상해주기로 하고는 방영 후 처음 촬영료만 주겠다고 말을 바꿔 소송까지 가게 되었었습니다.

누가 봐도 박신양이 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박신양이 승소했지만 드라마협회에서 뜬금없이 박신양이 출연료를 너무 많이 받는다며 이후 박신양의 드라마 출연 정지라는 결정을 내려 작품 외적으로도 큰 논란을 낳았습니다.

빅마우스

이종석의 느와르물 연기 변신과 치밀한 두뇌 싸움으로 드라마 초반부터 올해 연기대상은 이종석이라는 말이 나오게 만든 작품 ‘빅마우스’. 이종석, 윤아의 부부 케미와 조연들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흥행에도 순항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빅마우스의 정체에 관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는 그야말로 명품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 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극의 종반으로 접어 드는데도 사건의 해결이 전혀 되지 않아 마지막 화를 남겨 놓고 ‘떡밥을 이만큼 해결 해야 되는데 어떻게 하려고 이러냐’는 우려를 낳던 빅마우스. 마지막까지 주요 갈등이 해결이 안되고, 윤아의 사망으로 비극으로 끝나는 듯 싶었습니다.

결국 최종화 5분여를 남겨둔 상황에서 이종석이 결국 흑화되어 갑자기 김주헌을 살해, 화면이 흑백으로 전환되고 빅마우스로 각성한 이종석과, 몇몇 인물들의 몰락을 2~3분동안 회상씬처럼 빠르게 보여주었는데요.

하지만 구천시 악의 축 중 하나였지만 여전히 건재한 양경원 등 해결되지 않은 내용들을 남겨놓고 그대로 종영했습니다. 오죽하면 팬들이 시즌 2를 만들려고 이래놨냐고 했지만 시즌2는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고 밝힌 감독. 결국 올해의 용두사망 드라마로 씁쓸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재벌집 막내아들

시작부터 JTBC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역대급 작품의 탄생을 알린 재벌집 막내아들. 특히 초반 스피디한 전개로 송중기가 순양을 상대하는 모습에 시청률은 수직 상승세를 그렸습니다.

거기에 순양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진양철을 연기한 이성민의 열연이 더해지며 우영우를 제치고 올해의 드라마로 꼽는 사람도 많았을 정도인데요.

하지만 당초 복수와는 거리가 멀어진 송중기의 행동에 조금씩 의아함을 낳고, 원작과 다르게 추가된 로맨스는 ‘장미란이 은메달 따면 다시 만나는거다’라는 세상 둘도 없이 어이없는 프로포즈로 원성을 샀습니다.

결국 마지막회 직전에 진도준(송중기)이 사망하며 마지막 회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궁금증을 산 재벌집 막내아들. 시점이 첫 화에서 사망한 줄 알았던 윤현우로 돌아오고 병원에서 정신을 잃은 1주일간 진도준의 17년을 대신 살았던 것인지, 꿈을 꾼것인지 애매한 연출로 이어졌습니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도 진도준으로 살며 얻었던 순양 가족들의 약점이나 정보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다 마지막에 가서야 본인이 진도준을 죽인 공범임을 밝히며 그저 진성준을 끌어내리는 정도의 모습만 보여 실망을 안겨줬는데요.

결국 이도저도 아닌 찜찜한 결말로 올해의 마지막 용두사망 드라마 리스트에 오르게 된 재벌집 막내아들. 사실 재벌집 막내아들이 아니라 ‘국밥집 첫째아들’이었냐며 조롱하는 팬들도 나올 정도였습니다.

물론 결말까지 완벽하게 팬들을 만족시키는 작품을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고, 팬들은 자신들이 사랑한 작품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엔딩을 더욱 박하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맞지만, 못내 아쉬운 결말을 맞은 작품들에 대해 좀 다르게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찝찝함이 남는건 누구나 비슷하겠죠. 2023년에도 웰메이드 시리즈가 쏟아지며 행복한 한해가 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