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7년여의 시간을
공들여 제작한 영화 ‘너와 나’
수학여행을 하루 앞둔 날, 교실 책상에 엎드려 낮잠을 자던 세미는 얼마 전 자전거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절친 하은이 죽어있는 어쩐지 찜찜한 꿈을 꾸고 담임 선생님의 불허에도 무단 조퇴를 하고 하은의 병원을 찾아간다.
마침 하은이 병실에 없는 사이 새미는 몰래 하은의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하은이 ‘훔바바’라는 인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은과의 사이에 비밀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일기장을 몰래 봤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는 새미는 어쩐지 조바심이 난다.
가장 소중한 친구인 하은과 수학여행을 꼭 가고 싶은 새미. 말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하은에게 함께 수학여행을 갈 것을 요청하고, 결국 하은은 캠코더를 팔아 수학여행 비용을 마련하기로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또 불편하다.
대중에게는 배우로 더 익숙한 조현철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두 여고생 세미와 하은이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마음속에 담은 채 꿈결 같은 하루를 보내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너와 나’
새미와 하은, 그리고 친구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는 바로 안산 단원고. 평범한 듯 폭풍 같은 감정 변화를 일으키는 주인공 새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하루의 날짜는 바로 2014년 4월 15일. 우리가 잊어서는 안 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기 바로 전날을 배경으로 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후,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을 고심해 첫 장편 영화를 만들 조현철 감독. 지난해 5월 개최된 제58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조연상을 받고 무대에 올라 죽음을 앞둔 아버지를 언급하며 다음과 같은 수상소감으로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작년 한 해동안 내 첫 장편 영화였던 ‘너와 나’를 찍으면서 나는 분명히 세월호 아이들이 여기에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어. 그리고 그 영화를 준비하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에게 아주 중요했던 이름들, 박길래 선생님, 김용균 군, 변희수 하사, 이경택 군, 외할아버지·할머니, 외삼촌, 아랑쓰, 그리고 세월호의 아이들, 나는 이들이 분명히 죽은 뒤에도 여기 있다고 믿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우리 사회에서 부조리와 차별 등으로 희생된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언급한 조현철 감독. 광화문 세월호 추모식에 간 후 “꿈에라도 친구들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라는 한 학생의 말을 듣고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영화와 관련한 인터뷰에서 ‘세월호 사고를 왜 끄집어내서 기억하느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자신의 의지를 떠나서 기억하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거 같다”라고 밝힌 그는 처음에는 세월호 학생들의 특징을 가져오려는 것은 피하려고 했었다고.
하지만 외면하려고 했던 자신의 개인적인 사건에 관심을 갖게 돼 사회적인 비극에 자의 이야기를 더한 것이며, 지금은 세월호가 아니라 어느 정도 ‘제 삶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죽은 뒤에도 여기 있다고 믿는다”라는 그의 수상 소감은 ‘그들의 희생을 절대 잊을 수도, 절대 잊어서도 안 된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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