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부터 ‘그녀의 취미생활’까지
여배우들 활약 빛난 2023년 작품들.
그녀의 취미생활
폭력을 남편과 이혼 후 고향으로 돌아온 정인(정이서)이 폐쇄적인 시골 마을에서 각종 부조리를 맞닥뜨리며 살다 도시에서 온 혜정(김혜나)를 만나 변하는 이야기를 그린 워맨스릴러 ‘그녀의 취미생활’
본격 ‘워맨스릴러’를 표방하는 작품답게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된 삶을 살아온 두 주인공의 잔혹한 복수극을 판타지스럽게 연출해 호평받았으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밀수
김혜수와 염정아가 밀수에 가담하는 1970년대 해녀로 변신해 큰 화제를 모은 류승완 감독의 ‘밀수’. 극 중 두 사람은 한 때 절친이었으나 오해로 멀어진 조춘자와 엄진숙 역할을 맡아 작품을 이끌며 워맨스를 제대로 보여준다.
두 배우는 작품을 위해 각각 공황장애와 물공포증을 이겨내고 강도 높은 수중 촬영신을 소화해 냈는데, 김혜수가 공개한 촬영 비하인드 사진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울컥할 정도로 두 사람의 애틋함은 카메라 밖에서도 이어진다.
마스크걸
최근 공개돼 큰 화제를 일으킨 ‘마스크걸’ 역시 워맨스를 다룬다. 주인공인 김모미(나나)는 성형수술 후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던 중 외모뿐 아니라 자신의 삶과도 꼭 닮은 김춘애(한재이)를 만나 서로를 의지하고 끝까지 우정을 지키려 노력한다.
원작 웹툰에서 두 인물은 매우 적대적인 관계이지만 실사화에서는 이와 정반대인 모습으로 그려졌는데,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은 비슷한 삶을 살아온 두 친구를 끝까지 싸우게 할 수 없어 바꿨다고. ‘델마와 루이스’처럼 각색된 서사가 더 마음에 든다는 이들도 많다.
마당있는 집
임신한 상태에서도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추상은과 부유하지만 언니의 사망을 목격한 뒤 정신적 불안을 겪으며 남편에게도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주부 문주란. 주란의 뒷마당에서 나는 수상한 냄새로 인해 완전히 다른 삶을 살던 두 여성이 만나게 된다.
추상은 역할을 맡은 임지연은 이번에도 믿고 보는 연기로 ‘남편사망정식’을 유행시켰으며, 김태희 역시 불안장애를 겪는 인물의 심리묘사를 탁월하게 펼쳤다는 평을 받았다. 두 여인의 공조인듯 아닌듯 끝까지 알쏭달쏭한 관계가 큰 재미를 더한다.
퀸메이커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퀸메이커’
‘밀수’의 두 여배우만큼 쟁쟁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김희애와 문소리가 악연으로 시작했으나 서로에 대한 끈끈한 유대관계와 워맨스로 험난한 정치판 개혁을 위해 나서는 워맨스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더 글로리
올 상반기 신드롬을 일으킨 ‘더 글로리’에도 워맨스는 존재한다. 그저 문동은(송혜교)의 복수극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 복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만난 강현남(염혜란)과의 서사는 워맨스가 분명하다.
‘매 맞지만 명랑한 년’이라며 웃어 보이는 강현남에게 빨간 립스틱을 선물하는 문동은. 그리고 문동은을 다시 만나러 가기 위해 그녀가 선물한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달려 나가는 강현남의 모습은 워맨스가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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