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시절엔 록밴드, 대학땐 변호사를 꿈꿨지만
여자를 꼬시기 위해 연극을 시작한 그의 배우 인생
장학사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친척들도 교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았던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킬리언 머피. 우수한 성적으로 법대에 진학한 그는 처음엔 변호사를 진로로 꿈꾸었다고 한다.
하지만 법학과는 맞지 않았는지 1년만에 법학 공부를 그만두고, 당시 접한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에 매료되어 대학내 아마추어 극단에 들어가게 된 그. 당시를 회상하며 킬리언 머피는 “파티도 하고 여자도 만나려고 연극을 시작했다”고 솔직하게 회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 결국 그 선택이 그의 앞으로의 인생을 결정지었다.
연극 ‘디스코 피그’의 주연을 맡으며 프로 연극 무대에 데뷔하게 되고 같은 작품의 영화판에도 출연하게 되는데, 머피는 연극의 경험을 살려 자신이 이 영화의 주연의 적임자라고 감독을 끈질기게 따라다녔다고 한다.
이 영화의 출연으로 훗날 ’28일 후’에 출연하는 등 다양한 작품을 오가던 킬리언 머피. 하지만 속은 매우 내성적인 성격으로, 본인은 솔직히 카메라가 부담스럽다고 하며,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을 비행기에서 만났을 땐 한참을 어슬렁 거리다 “당신 연기를 좋아한다”고 한마디 남기고 얼굴이 벌개져 도망쳤을 정도로 수줍음을 많이 탄다고 한다.
그런 그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만난 것은 ‘배트맨 비긴즈’의 오디션. 물론 스케어크로우가 아닌 배트맨, 브루스 웨인역의 오디션을 보러 간 것이었다. 발 킬머가 썼던 ‘배트맨 포에버’ 시절 배트맨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그의 눈빛을 본 놀란은 “그는 많은 것을 담아 낼 수 있고, 그의 눈빛은 세상에서 가장 독특하다”며 스케어 크로우(조나단 크레인)역을 맡기게 된다.
역할을 배정해 놓고, 어떻게 안경을 벗겨서 그의 눈을 관객들에게 보여줄까 고민했다는 놀란. 이후 그는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 세편은 물론, 인셉션, 덩케르크, 오펜하이머 등에 출연하며 놀란 감독의 페르소나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놀란 감독은 그를 두고 “내가 하는 모든 영화에 킬리언 머피를 캐스팅을 할 수 있고, 내 경력의 남은 기간 동안 머피에게 기대어 살 수 있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 될 것입니다”라는 말을 남길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에도 놀란 감독의 영화에만 출연한 것은 아니고,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 연극에도 꾸준히 출연하고 있는데,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열연이나 ‘플루토에서 아침을’에서 트랜스젠더 매춘부 역을 연기하는 등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들어오는 모든 대본을 단 하나도 허투루 읽지 않고 꼼꼼히 검토한 후에 출연 여부를 결정한다는 머피. 하지만 모든 일에 예외는 있는 법. 놀란 감독이 오펜하이머를 준비하며 아일랜드에 있는 킬리언 머피에게 전화를 하자 머피는 각본이 완성되기도 전에 출연을 승낙 했다고 한다.
훗날 후두암으로 사망한 골초였던 오펜하이머를 연기하기 위해 가짜로 만들어진 소품이지만 촬영내내 흡연을 엄청나게 해야 했다는 머피는 ‘앞으로 흡연가 캐릭터는 안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배우 외에는 ‘아일랜드인’으로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잠깐 아내의 공부를 위해 런던으로 이사갔지만, 아이들의 영국 악센트가 너무 심해져 다시 아일랜드 행을 선택했다고 한다. 참고로 둘째 아들 아란 머피는 2018년 아빠를 따라 연극 배우로 데뷔 했다.
아직 이르긴 하지만 내년 오스카 트로피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킬리언 머피. 그가 앞으로의 연기 인생에서 또 어떤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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