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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2015년 최고의 화제작인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 속에서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하는 대사입니다. 영화의 흥행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명대사가 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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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영화인이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사실 이 대사는 평소 박봉에 시달리던 스태프들과 단역 배우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 故 강수연이 술을 사주며 자주 하는 말이었는데, 류승완 감독이 이를 영화에 차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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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세의 어린 나이부터 배우의 길을 살아온 강수연은 만 21세이던 1987년 ‘씨받이’로 제44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2년 후인 1989년에는 ‘아제 아제 바라아제’로 모스크바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원조 한류 스타이기도 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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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와 2013년 단편 영화 ‘주리’ 이후에는 연기 활동을 중단,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부산국제영화제의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활약하며 영화계의 발전을 도모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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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후 배우로서는 물론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아 궁금증을 유발했던 강수연이 2021년 무척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바로 넷플릭스 영화 ‘정이’로 무려 10여 년 만에 상업 영화로 복귀한다는 것이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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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 역시 그녀의 10년 만의 복귀작인 ‘정이’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넷플릭스 측은 2022년 1월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렇게 작품 촬영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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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5월 5일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갑작스러운 소식을 전했는데요. 많은 이들이 기적 같은 회복을 바랐지만 결국 사흘 만인 5월 7일 끝내 눈을 감았다는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정이’는 그녀의 유작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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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팬과 동료의 애정과 존경의 애도를 받으며 세상을 떠난 한국 영화계의 큰 별 강수연. 영화계는 평생을 연기에 헌신하다 고인이 된 그녀를 여러 방식으로 추모하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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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은 2022년부터 올해의 여성영화인 시상식에 강수연상 부문을 신설했으며, 지난해 5월에는 영화계 동료 30여 명이 강수연 추모사업 추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강수연, 영화롭게 오랫동안’이라는 추모전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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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그녀가 세상을 떠난 지 2주기가 되었습니다. 추모사업위원회 소속 영화인 및 지인들이 고인이 잠들어 있는 용인공원에서 작은 추모 행사를 진행하며, 3주기에 있을 강수연 관련 책 발간 및 행사를 진행하며 고인의 기억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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