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물인 「검은 사제들」이 관객 4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한 데는 강동원의 사제복과 날개 뼈를 다시 보기 위해 재관람하는 여성 관객들의 역할이 컸다. 한국 영화계의 원조 ‘만.찢.남. (만화를 찢고 나온 남자)’ 강동원, 뉴스에 나와 수줍게 알려주는 일기 예보로 많은 팬의 혼을 비정상으로 만드는 마성의 남자다. 지난 10여 년간 그가 출연한 영화들에서 여심을 무참히 헤집어 놓았던 심쿵샷 중 베스트 장면들을 다시 한 번 감상해보자.
1. 그녀를 믿지 마세요 – 노래하는 강동원

2. 늑대의 유혹 – 우산 쓰는 강동원

3. 형사: Duelist – 눈물 짓는 강동원

비주얼 장인 이명세 감독의 이 아름다운 영화는 강동원이 등장하는 모든 샷이 심쿵샷이라고 해도 좋다. 사극이나 무협 영화에는 머리를 풀어헤친 무사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장발과 한복과 긴 칼이 강동원보다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싶다. 클라이맥스 직전, 포교 남순(하지원)과 용의자 슬픈 눈(강동원)이 술집에서 재회한다. 적이지만 서로에게 연모의 감정을 품은 두 사람이 처음으로 화기애애한 시간을 잠깐 보낸다. 슬픈 눈은 남순에게 예쁜 노리개를 선물하고, 장부를 함께 주고 나간다. 그것은 남순이 병판 송필준(송영창)을 잡기 위해 찾고자 했던 비밀 장부였다. 슬픈 눈은 자기를 거두고 키워준 주인의 약점을 넘겨줌으로써 남순을 돕지만, 또한 자신의 혐의도 자백한 셈. 그리고는 평생 자신을 돌봐준 병판의 마지막을 지키기 위해 돌아간다. 달을 올려다보며, 남순과 맺어질 수 없는 운명을 체념하며 흘리는 눈물 한 방울과 슬픈 눈이라는 별명이 너무나 잘 매치된다.
4. 「전우치」 – 사방 천지에 강동원

‘슬픈 눈’ 때문일까, 데뷔 첫해를 제외하면 강동원의 필모그래피에는 활발한 성격의 캐릭터가 거의 없다. 「전우치」는 「늑대의 유혹」 이후 5년 만에 강동원의 까불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가운 영화였다. 전우치가 처음 옥황상제의 아들 흉내를 내며 구름을 타고 등장할 때 선보인 화려하고 우아한 한복의 자태도 멋지지만, 누더기 두루마리에 찌그러진 갓도 매력적으로 소화하는 것이 신기하다. 현대로 소환된 첫날 도심에서 두 마리 요괴와 싸우는 장면에서 우리는 악동 전우치의 분신술을 구경하게 된다. 생각해보자. 이쪽을 봐도 강동원, 저쪽을 봐도 강동원이다. 뒤로 돌아서도 강동원이 있고, 모퉁이를 돌아가도 강동원이 웃고 있다. 당하는 요괴 입장에선 짜증나는 상황이겠지만, 강동원 팬이라면 이보다 행복한 순간이 있을 수 있을까?
5. 군도:민란의 시대 – 흑발 마녀(?)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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